오늘은 넷플릭스 제공 영화 <고백의 역사> 리뷰입니다.
1998년 부산을 배경으로 한 청량한 영상미와 공명, 신은수 배우의 풋풋한 케미스트리가 돋보였습니다.
1. 기본정보
- 제목 : 고백의 역사
- 장르 : 청춘, 로맨스, 드라마, 시대극
- 감독 : 남궁선
- 배우 : 신은수(박세리 역), 공명(한윤석 역), 차우민(김현 역), 윤상현(백성래 역), 강미나(고인정 역)
특별출연 : 박정민, 공유, 정유미
- 러닝타임 : 121분
- 관람등급 : 12세이상 관람가

2. 간략 줄거리
1998년 부산, 어릴 적 부터 누군가에게 고백을 했다하면 실패를 반복해 맛봤던 열아홉 소녀 세리(신은수)는 고백같은 건 다시는 하지않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리고 세리에게는 일생일대의 문제가 있는데 바로 어느 때부터인가 제멋대로 꼬부라지는 악성 곱슬머리입니다.
고백같은 건 다시는 안하겠다고 한 세리에게 그 결심을 뒤집게 만드는 친구가 있었으니 바로 학교 최고의 킹카, 모든 여학생들이 다 사모하고 좋아하는 김현(차우민)입니다.
짝사랑하는 김현에게 졸업 전에 고백하는 것이 목표지만 악성 곱슬머리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세리입니다.
김현은 긴 생머리의 여자를 좋아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거든요.
어느 날, 세리는 자신만의 아지트인 비밀 해변에서 수영을 하다 우연하게도 서울에서 온 전학생 윤석(공명)을 만나게 됩니다. 가정불화로 힘겨워하며 부산으로 이사와 바다를 보던 윤석은 바람에 날려 물에 빠진 세리의 옷을 건지려다 도리어 물에 빠지게 되는데, 수영을 못해 허우적 거리는 윤석을 보고 세리가 구해줍니다. 졸지에 세리는 윤석의 생명의 은인이 된 거죠.

다음 날 세리네 반으로 전학 온 윤석. 세리는 윤석의 엄마가 미용실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리를 다친 윤석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매직 스트레이트 파마 무료 시술권을 약속 받습니다. 머리를 펴고 현에게 고백하기 위한 세리의 노력이 시작되는데 윤석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두 사람 사이엔 미묘한 기류가 흐릅니다.
어느덧 윤석의 다리는 다 낫게 되고, 약속대로 세리도 매직 스트레이트 파마를 하고 찰랑찰랑 생머리를 얻게됩니다.
수학여행 날, 친구들의 도움으로 드디어 현에게 고백할 기회를 잡은 세리.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그녀는 깨닫습니다.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은 현이 아니라 늘 곁에 있던 윤석이라는 것을 말이죠. 세리는 현에게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며 고백을 포기하고, 이후 윤석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풋풋한 연인이 됩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윤석의 엄마가 서울 병원에 입원했다는 비보가 전해집니다. 사실 의사인 윤석의 아빠는 상습적으로 아내를 폭행해왔고, 윤석 모자는 그 폭력을 피해 부산으로 도망쳐 온 것이었습니다. 아빠에게 맞아 입원한 엄마를 간호하기 위해 윤석은 서울에 머물러 있습니다.
걱정된 마음에 무작정 서울 병원으로 찾아간 세리는 병실 앞에서 윤석의 아픈 가정사를 우연히 듣게 됩니다. 윤석의 무거운 현실 앞에 자신이 짐이 될까 두려웠던 탓인지 세리는 보고 싶다는 말 대신 삐삐 음성으로 헤어지자는 거짓 이별 통보를 남기고 부산으로 돌아옵니다.
이별 후 세리는 윤석과의 아지트이자 아빠의 작업실에서 윤석이 남기고 간 노트를 발견합니다. 노트의 제목은 <고백의 역사>. 그 안에는 세리 아빠가 선물해 준 일회용 카메라로 찍은 세리의 일상과 추억들이 윤석의 짧은 메모와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윤석의 추억과 사랑을 확인한 세리는 그 자리에서 오열하지만 윤석은 곁에 없는 현실입니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세리. 광안리 해변에서 친구들이 주선한 소개팅 상대에게 못만나겠다는 문자를 보냈는데, 그 남자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그리고 그 해변에서 믿을 수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소개팅 남자가 다름 아닌 윤석이었던 것입니다. 먼 길을 돌아 다시 만난 두 사람, 그 자리에서 멈춰있던 세리의 고백은 비로소 마침표를 찍고 해피엔딩을 맞이합니다.
3. 관람 포인트
중의적 의미의 <고백의 역사>
처음에는 세리가 살아가면서 한 사랑 고백의 역사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영화 중반 윤석이 남긴 노트의 제목이 <고백의 역사>임이 밝혀질 때 제목의 의미가 확장되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말 한마디가 아니라 윤석이 세리를 지켜보며 기록해 온 사랑의 역사이자, 아픈 가정사를 딛고 세상밖으로 나오려는 소년의 자아 고백이기도 했습니다.
삐삐, 일회용 카메라 등 1998년의 소품들
스마트폰도 카톡도 없던 시절, 삐삐 음성 사서함에 떨리는 목소리를 녹음하고, 일회용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아날로그 감성이 화면에 자주 등장합니다. 기다림이 설렘이었던 그 시절의 청춘 로맨스는 지금의 인스턴트 사랑과는 다른 풋풋하고 순수하며 소박한 감동을 주는 듯 합니다. 특히 삐삐 음성으로 사랑을 말하고, 이별을 전하고, 사진으로 진심을 확인하는 전개는 그 시대라서 가능한 장면들이었습니다.
상처 입은 두 청춘의 구원 서사
악성 곱슬머리라는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세리와 아버지의 폭력이라는 트라우마를 가진 윤석. 두 사람은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였습니다. 윤석이 물에 빠졌을 때 세리가 그를 구해줬듯, 윤석은 세리의 자존감을 세워주며 서로를 구원합니다. 단순한 청춘 로맨스를 넘어 성장 드라마로서의 깊이가 있습니다.

4. 총평
영화 <고백의 역사>는 서툴러서 엇갈리고, 두려워서 도망쳤던 우리들의 첫사랑을 따뜻하게 위로합니다.
초반부 세리의 짝사랑 소동극이 유쾌한 웃음을 준다면, 후반부 윤석의 노트와 재회 장면은 가슴 찡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자극적인 설정이나 억지스러운 신파 없이 광안리 바다의 물결처럼 잔잔하게 밀려와 마음에 스며드는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캐스팅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주인공 세리 역의 신은수 배우는 악성 곱슬머리에 고민하는 19살 여고생 그 자체였습니다. 교복이 몸에 딱 맞는 옷처럼 자연스러웠죠. 반면, 윤석 역의 공명 배우는 고등학생이라기엔 다소 성숙해 보였습니다.
물론 가정폭력이라는 무거운 상처를 가진 캐릭터라 짐짓 어른스러운 척해야 하는 설정은 이해하지만, 신은수 배우와 투 샷이 잡힐 때면 동갑내기 친구보다는 대학생 오빠나 교생 선생님 같은 느낌이 들어 순간 순간 몰입이 깨지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소년미가 낭낭한 배우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널 잡지 못해 미안해'라고 후회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혹은 지나간 시절의 촌스럽지만 순수했던 내 모습이 그립다면, 이 영화가 보내는 러브레터를 펼쳐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