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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에 개연성과 재미까지 떠내려간 영화 <대홍수>

by space1975 2025. 12. 29.

공개 전부터 김다미와 박해수의 만남, 그리고 지구 종말급 해일이라는 소재로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지금, 관객의 평가는 '한국판 인터스텔라의 탄생'이라는 극소수의 찬사와 '개연성을 물말아 먹은 졸작'이라는 다수의 혹평으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네요. 과연 이 영화는 수작일까요? 아니면 실패한 실험일까요? 

오늘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대홍수>리뷰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대홍수>

1. 기본정보

 - 제목 : 대홍수

 - 장르 : SF, 재난

 - 감독 : 김병우

 - 출연 : 김다미(구안나 역), 박해수(손희조 역), 권은성(자인 역)

 - 러닝타임 : 1시간 48분

 - 공개일 : 2025. 12. 19. 넷플릭스

 - 관람등급 : 15세이상 관람가

 

2. 간략 줄거리

지구에 전례없는 대홍수가 덮치고 거대한 해일이 모든 것들을 집어 삼키는 날입니다.

자인(권은성)의 부스럭거림에 깬 안나(김다미)는 집 바닥에 물이 차는 것을 보고 바깥을 보니 이미 밖은 물바다입니다.

급하게 옷가지와 짐들을 챙기려는 사이 걸려온 전화 한통. 바로 인력보안팀 관계자인 손희조(박해수)입니다. 

물이 빠르게 차오르고 있으니 당장 집에서 나와서 옥상으로 올라오라고 전달합니다. 

 

여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옥상에 준비된 헬기를 타야한다며 안나와 자인을 도와주는 척 하는 희조의 행동은 단순한 도움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의문스럽고 미스터리합니다. 

 

사실 안나는 인류 진화 프로젝트를 이끄는 다윈 센터 이모션 엔진 개발팀의 책임 연구원으로, 로봇에게 마음을 부여하는 이모션 엔진의 창시자입니다. 그녀는 이미 스스로 생각하는 AI 아이인 '자인'을 만들어냈습니다. 대홍수로 인류 멸망이 확정된 미래, 센터는 홍수 이후에도 살아남을 완벽한 신인류, 즉 자인의 엄마를 만들고자 합니다. 

 

실험체를 엄마로 설정하고 아이(자인)을 사라지게 만든 뒤, 온갖 재난과 장애물을 뚫고 아이를 찾아내게 하는 것이 바로 엄마 만들기 프로젝트입니다. 찾기에 실패하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즉, 영화 속 안나가 겪는 대홍수는 현실이 아닌, 미래의 안나가 자기 자신을 실험체로 던져넣은 거대한 시뮬레이션인 것이죠. 수만 번의 죽음과 반복 끝에, 안나는 과연 아이를 찾아내고 진정한 엄마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대홍수> 김다미, 박해수

3. 관람 포인트

재난 영화와 SF의 결합, 그리고 반전

초반부는 전형적인 재난 생존물처럼 보입니다. 차오르는 물, 숨 막히는 상황, 재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본성.

하지만 중반 이후 이 모든 것이 엄마가 되기 위한 테스트임이 밝혀지며 장르가 급변합니다. 안나가 겪는 고난은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그녀의 모성애를 극한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설계된 퀘스트였던 것입니다. 이 시뮬레이션 반전 자체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안나가 입고 있는 티셔츠의 숫자를 유심히 보세요. 

 

영화의 8할은 김다미 배우가 끌고 갑니다. 영문도 모른채 재난에 던져진 공포, 아이를 잃어버린 상실감, 그리고 반복되는 루프 속에서 점차 강인해지는 눈빛 연기는 나름 봐줄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김다미 혼자서 끌고 가기에는 조금 벅차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4. 총평

솔직히 말해 제 평가는 아쉽다를 넘어 실망스럽다에 가깝습니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 보여줬던 김병우 감독의 날카로운 연출력은 보이지 않았고 억지스럽고 개연성없는 전개가 난무했습니다. 

 

첫째, 무너져버린 물리적 개연성

지구를 집어삼킬 듯한 거대 해일이 덮쳤는데, 평범한 복도식 아파트가 붕괴되지 않고 멀쩡히 서 있다는 설정부터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백번 양보해 시뮬레이션이라 그렇다 쳐도, 주인공이 물속에서 수분간 잠겨 있다가 아무렇지 않게 깨어나는 장면이나, 그 난리통에 다른 생존자들의 반응이 전무한 점 등은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말이 돼?'라는 의문을 갖게 했습니다. 게임 속 버그를 보는 듯한 허술함은 긴장감을 뚝 떨어뜨렸습니다. 

 

둘째 기시감을 주는 무한 루프 클리셰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 반복되는 시간에 대해 우리는 이미 <인터스텔라>라는 걸작을 통해 이 소재의 정점을 맞봤습니다.

<대홍수>는 AI와 모성애를 섞어 차별화를 두려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인터스텔라의 감동은 커녕 지루한 반복 학습을 지켜보는 피로감만 주고 있습니다. '사랑이 유일한 해답이다'라는 주제 의식조차 너무 뻔하게 느껴집니다. 

 

<대홍수> 김다미

 

셋째, 관객을 분노하게 만드는 캐릭터

이 영화의 가장 큰 실망 포인트는 '자인'입니다. 영화 내내 자인의 행동은 종잡을 수 없습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세상 통달한 어른처럼 굴다가, 결정적인 위기 상황에서는 상황 파악 못하고 징징거리며 생떼를 쓰는 철부지 빌런으로 돌변합니다.

보는 동안 속이 터지고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아주 관대하게 해석하자면, 자인이 완성되지 않은 AI이기 때문에 데이터 오류처럼 성격이 오락가락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이건 의도된 연출이라 해도 실패에 가깝습니다. 관객이 캐릭터에게 정을 붙어야 안나의 모성애에 공감할 텐데, 정은 커녕 화만 돋우니 감동이 닿을리 만무합니다. 

 

결론적으로 <대홍수>는 거대한 스케일의 홍수 속에 개연성과 재미가 함께 떠내려간 영화입니다. 

김다미 배우의 팬이라면 그녀의 열연을 보는 맛은 있겠으나, 탄탄한 SF 서사를 기대했거나 스펙터클한 재난 영상을 원했던 분들에겐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킬링타임용으로도 추천하고 싶지 않은 넷플릭스의 또 하나의 아픈 손가락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