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극장가는 아바타가 독주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와중에 <만약에 우리>가 웰메이드 영화라는 SNS 입소문을 타고 선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아바타 대신 이 영화를 선택했는데요, 저는 혼자 관람했지만 극장안에 연인들이 많더라구요. 2018년에 개봉한 중국 영화 <먼훗날 우리>가 원작인데요, 저는 원작을 아직 보지 않은 상황인데, 영화를 보고나니 원작이 궁금해졌습니다.
1. 기본정보
- 제목 : 만약에 우리
- 장르 : 멜로, 로맨스
- 감독 : 김도영
- 배우 : 구교환(이은호 역), 문가영(한정원 역)
- 러닝타임 : 115분
-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2. 간략 줄거리
2024년 베트남, 은호와 정원은 우연히 재회하게 됩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베트남에서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가 이륙허가를 받지 못해 취소되고, 간신히 마지막으로 호텔방을 구한 은호 바로 뒤가 정원이었습니다.
방을 구하지 못한 은호를 위해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한 방에 머물게 됩니다.
그렇게 재회한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기까지의 회상하는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전개됩니다.
서울에서 고향에 가기 위해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던 은호(구교환)는 대합실 밖에서 우산을 쓰고 담배를 피우는 정원(문가영)을 작은 스케치북에 그립니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타 좌석을 확인했는데 정원이 자기 자리에 먼저 앉아있어 당황하지만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그 옆자리에 앉게됩니다.
그러게 처음 만나게 된 은호와 정원. 둘은 짧은 만남 후 헤어지는데, 그 후로 은호는 정원을 찾기위해 싸이월드를 뒤진 끝에 드디어 정원을 찾게 됩니다. 정원이 올린 사진을 보고 그녀가 아르바이트하는 주유소로 찾아가 우연히 만난 척 다가간 은호의 노력 덕분에, 두 사람의 인연은 운명처럼 다시 이어집니다.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은호와 건축가를 꿈꾸는 정원은 그렇게 친구로 지내며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해 줍니다.
은호는 정원을 좋아하지만 고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2009년의 마지막날 정원이 사귀고 있던 남자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날 밤, 은호와 정원은 술김을 빌려, 본능에 끌려 밤을 함께 보냅니다.

그렇게 연인이 된 두 사람은 함께 동거를 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은호가 개발하는 게임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정원은 꿈을 잠시 미뤄두고 분양사무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은호 역시 돈을 벌기 위해 원치 않는 작은 회사에 들어가 시키는 일만 하는 그냥 회사원이 되어버립니다.
팍팍한 일상 속에서 희망을 잃어가는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사랑마저 점점 식어가고 결국 헤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헤어져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 베트남 공항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죠.
3. 관람 포인트
흑백의 현재와 컬러의 과거, 그 아이러니한 미장센
영화는 독특하게도 과거를 '컬러'로, 현재를 '흑백'으로 표현합니다. 보통 과거를 흑백으로 처리하는 관습적인 연출을 뒤집은 것인데, 영화의 끝에 다다르면 이 색체의 반전이 품은 시린 의도를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가난했지만 둘이 함께여서 충만하고 행복했던 과거는 형형색색의 빛나는 날들이었지만, 사회적으로 성공했을지 몰라도 서로가 없는 현재는 무채색의 흑백 세상이었던 것이죠.
이는 은호가 개발한 게임 속 "이언이(악마)가 색깔 요정을 데려가 세상이 흑백으로 변했다"는 내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결국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했을 때, 비로소 현재의 화면이 흑백에서 컬러로 피어나는 연출이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답고 상징적인 명장면이었습니다. 게임에서 색깔 요정을 찾아내 구했을 때 세상이 컬러로 변하는 것처럼요.
영원한 사랑과 우정, 그 경계에서의 두려움
영원한 친구는 있어도 영원한 사랑은 없는 걸까요?
과거, 은호와의 첫 밤 이후 정원은 도망치듯 떠납니다. 사랑에는 좋은 날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았기에, 이별 후 사랑은 물론 소중한 친구마저 잃게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겠죠.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은 이별 후 사랑도 친구도 모두 잃은 채 긴 시간을 보냈습니다. 베트남에서의 재회는 단순한 로맨스의 부활이 아니라, 서로의 인생을 응원해 줄 수 있는 가장 깊은 이해자로서의 관계 회복을 보여줍니다.

4. 총평
누구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아픈 질문, "만약에"
저 또한 긴 시간을 살아오며 몇 번의 이별을 겪었었고, 그때마다 후회 섞인 가정을 수없이 했었던 기억입니다.
'만약에 그때 화를 참았더라면, 힘들어도 보러 갔더라면,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한 번 더 잡았더라면..'
영화 속 은호 역시 베트남에서 정원에게 수많은 "만약에"를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듯, 그것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말입니다. 아무리 후회해도 바꿀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죠.
영화는 과거의 회상을 통해 현재의 아쉬움을 더욱 진하게 부각하고 있습니다. 그 안타까운 감정선 때문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옛 연인의 얼굴이 스치고,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었습니다.
현실에서 두 사람이 다시 불같은 사랑에 빠지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니, 일어날 수 없는 환경입니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여전히 응원하며 위로해 주는 관계로 남은 결말은 억지스러운 해피엔딩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깊은 여운을 줍니다. 지나간 사랑에 대한 예의와 후회를 간직한 모든 이들에게, 또 현재 열렬히 사랑하고 있는 모든 연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왜 입소문이 좋게 났는지, 왜 다들 추천하고 있는지,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