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타인>은 40년 지기 고향 친구들이 부부 동반 모임을 가진 저녁 월식이 일어나는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어둠 속에 잠기는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은 쓰고 있던 가면을 벗고 가장 추악하고 솔직한 민낯을 드러냅니다. 식탁 위에서 벌어진 가장 잔혹하고 유쾌한 심리 스릴러 블랙코미디, <완벽한 타인>을 뜯어봅니다.

1. 기본정보
- 장르 : 드라마, 블랙코미디
- 감독 : 이재규
- 출연 : 유해진(태수 역), 조진웅(석호 역), 이서진(준모 역), 윤경호(영배 역), 김지수(예진 역), 염정아(수현 역), 송하윤(세경 역)
2. 간략 줄거리
속초 출신의 40년 지기 친구들인 태수(유해진), 준모(이서진), 영배(윤경호)는 부부 동반으로(영배 제외) 석호(조진웅)와 예진(김지수) 부부의 집들이에 모입니다.
화기애애한 저녁 식사 도중, 정신과 의사인 예진이 위험한 게임을 제안합니다. 바로 핸드폰을 공개하자는 거죠.
"지금부터 저녁 먹는 동안 핸드폰에 오는 모든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을 식탁 위에 공유하는 거 어때?"
단순한 호기심과 재미로 시작된 이 게임은, 각자의 핸드폰 알림이 울릴 때마다 숨겨왔던 불륜, 사기, 성적 취향, 뒷담화 등 충격적인 비밀들이 폭로되며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3. 관전 포인트
영화는 핸드폰을 단순한 기계가 아닌 우리 인생의 축소판으로 정의합니다.
"핸드폰이 문제야. 완전 인생의 블랙박스라니까"
비행기의 블랙박스는 추락 사고가 나야만 열어봅니다. 그 안에는 사고의 원인과 마지막 진실이 담겨 있기 때문이죠. 우리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는 부부 생활, 우정, 사회적 지위... 하지만 그 내면의 추락과 균열은 모두 핸드폰 속에 저장되어 있거나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묻습니다. 당신의 블랙박스를 지금 이 식탁 위에 올려놓고 공개할 수 있느냐고.
영화 중반, 태수는 자기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본인과 같은 기종의 핸드폰을 쓰는 영배에게 폰을 바꾸자고 제안합니다.
그로 인해 영배는 여자의 알몸 사진 메시지를 받고, 태수는 게이로 오해받는 소동이 벌어집니다.
결국 영배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게이임을 커밍아웃합니다.

하지만 40년 지기 친구들의 반응은 차갑습니다. 이해와 위로보다는 혐오와 경멸의 눈빛, 그리고 우리는 친구지만 이건 좀.. 이라는 식의 거부감이 쏟아집니다. 이에 태수는 영배를 대신해 뼈 있는 한마디를 던집니다.
"내가 두 시간 동안 게이로 살아봤는데.. 못 해먹겠더라.."
영배가 숨죽여 살아야 했고 이혼당하고 학교에서 잘리고 했던 이유는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고 '변태'취급하는 세상의 폭력 때문이었습니다.
친구들의 외면을 확인한 영배는 "세상은 하나도 변하는 게 없어"라며 쓸쓸해합니다. 커밍아웃을 했음에도 결국 이해받지 못한 그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편견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줍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위기의 순간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당연한 척, 사랑하는 척 연기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말보다 눈빛에서 드러납니다.
"사람의 본성은 월식 같아서 잠깐만 가려져도 금방 드러나게 돼 있어"
우리는 겉으로 괜찮은 척 포장하지만,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차가운 눈빛은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눈빛은 결국 칼이 되어 상대를 베고 상처를 입힙니다. 가려진 시간(월식)은 짧고, 드러날 본성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4. 총평
영화의 엔딩은 반전입니다. 사실 그들은 게임을 하지 않았습니다. 파국은 상상이었고 핸드폰은 주머니 속에서 안전하게 잠들어 있습니다. 친구들은 서로의 비밀을 모른 채 웃으며 석호네 집을 나섭니다.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부부만 남은 집에서 예진이 석호에게 아까 왜 게임을 거부했냐고 묻자, 석호가 답합니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들이 없어요. 우린 상처받기 쉽고.. 근데 이 핸드폰은 너무 많은 걸 가지고 있거든. 이 완벽한 기계로 게임을 한다? 이건 좋은 생각이 아니에요."
우리는 불완전하기에 서로의 모든 진실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사람들, 내가 아는 것보다 낯설 수가 있거든"
그렇기에 우리에게 서로의 허물을 가려줄 '어둠'과 '예의 있는 거리'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상처받지 않고 '완벽한 타인'으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생존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억지로 관계를 이어붙이기 위해 나를 속이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요? 영화를 보고 나면 문득 사람들은 서로 갈라서는 법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우리에게 남긴 묵직한 메시지를 적으며 마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