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라는 연상호 감독의 <얼굴>이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극장에서 관람하지 못해 상당히 속상했고, 어떻게 볼 기회가 없을까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고마운 넷플릭스입니다.
웰메이드 영화라는 입소문으로 관객이 폭발적으로 몰렸었다 했는데, 과연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서 휘몰아 본 영화 <얼굴> 리뷰입니다.
1. 기본정보
- 제목 : 얼굴
- 장르 : 미스터리
- 감독 : 연상호
- 출연 : 박정민(젊은 영규 역, 임동환 역), 권해효(임영규 역), 신현빈(정영희 역), 한지현(김수지역)
- 러닝타임 : 103분
-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개봉일 : 2025. 9. 11.

2. 간략 줄거리
임동환(박정민)은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명망 높은 전각(도장 파는 기술) 장인인 임영규(권해효)의 아들로 아버지의 눈과 발이 되어주며 아버지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 특별한 임영규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담기 위해 방송국 PD 김수지(한지현)는 영규를 인터뷰 합니다.
평화롭던 인터뷰 도중, 경찰서로부터 동환에게 걸려 온 전화 한 통이 모든 것을 뒤흔듭니다. 인근 야산에서 백골 시신이 발견되었는데, 그 신원이 40여 년 전 실종된 동환의 엄마, 정영희(신현빈)로 추정된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심지어 단순 실종이 아닌 타살의 정황까지 포착된다며 말이죠.
40여 년 만에 치러지는 장례식장에 불쑥 외가 식구들(이모)이라는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엄마의 영정 사진조차 없는 상황이 기막히고 안타까워 엄마의 사진이 없냐는 동환의 물음에 뜻밖의 이야기를 던집니다. 이모들은 영희가 "괴물같이 못생겨서" 사진 찍기를 극도로 싫어해 사진이 없다고, 과거 아버지가 바람 핀 사실을 굳이 까발려서 집안을 풍비박산 냈다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철저히 배척당했다는 것입니다.
PD 수지는 '전각 장인 임영규'의 다큐멘터리보다 영희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관심 끌고 시청률도 더 잘 나올 것이라는 직감으로 취재 방향을 급선회합니다. 동환은 어머니를 팔아넘기는 듯한 수지의 태도가 못마땅하지만, 어머니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고 궁금하기도 해서 취재에 동행합니다.
그렇게 영희가 과거 재봉공장에서 일했던 공장 동료들의 인터뷰를 하는데, 이 분들의 증언은 영희가 지독히도 못생긴 아이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무렵 영규는 전각 기술을 배워 좌판을 열었는데, 눈먼 장님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오직 영희만이 그를 알아봤고 그렇게 둘은 부부의 연을 맺습니다.

취재가 더해질수록 영희의 대쪽 같은, 하지만 융통성 없는 성격이 드러납니다. 공장 재봉사가 사장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재봉사로부터 듣고 영희는 과거 집에서 했던 행동처럼 불의를 참지 못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전단을 만들어 뿌리고, 사장을 찾아가 따지듯 묻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성폭행 당한 재봉사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수지가 인터뷰어로 찾은 할머니가 과거 그 재봉사인데, 과거의 자신은 성폭행을 한 사장보다 그 사실을 남들에게까지 알려 자기가 성폭행을 당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이 더 부끄럽고 수치스러웠다고, 그래서 영희를 몹시도 괴롭혔다는 고백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아간 공장 사장이 사는 집. 공장 사장은 병에 걸려 낡은 집에 혼자 살고 있는데, 영희가 왜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의 사실을 수지와 동환에게 말해줍니다. 그 말은 사실이고 동환은 또 한번 충격에 휩싸입니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던 공장 사장은 유일하게 영희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영희의 사진, 얼굴이 공개됩니다.
3. 관람포인트
보여주지 않는 '얼굴', 관객도 시각장애인
영화는 내내 영희의 진짜 얼굴을 의도적으로 가리거나 어둠 속에 둡니다. 주변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녀를 괴물이라고 혐오하지만, 관객은 그녀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을 남편인 영규와 똑같은 시각장애인 입장에 서게 만듭니다.
보이는 것이 차단된 순간, 관객 또한 타인이 내뱉는 소문만으로 영희의 얼굴을 제멋대로 상상하고 판단하게 됩니다. 남의 말 한마디에 아내를 심성고운 천사에서 괴물로 바꿔버린 영규처럼, 우리의 믿음이 얼마나 간사하고 나약한지 영화는 꼬집습니다.
불편한 진실을 말하는 자의 비극, 그리고 약자들의 외면
영희는 자신의 이익이 아닌, 타인-그것도 가장 약한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습니다. 그녀가 지키려 애썼던 약자들은 오히려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며 영희를 비난하고 원망했습니다.
혼자만 알고 있으면 될 것을 굳이 끄집어낸다는 질책은, 정의보다 거짓된 평화를 강요하는 사회의 폭력을 보여줍니다. 또한 40년 전 가부장적인 시대 속에서, 목소리를 내는 여성이 어떻게 드센여자, 재수 없는 여자로 매장당했는지 영화는 서늘하게 고발합니다. 역시나 그것도 같은 여성들한테서 더욱 질책을 받는 현실을 말이죠.
박정민의 1인 2역
이 영화의 백미는 단연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특히 박정민 배우는 현재의 아들 '동환'과 과거의 젊은 아빠 '영규'를 오가는 1인 2역을 소름 돋을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해 냈습니다. 같은 얼굴이지만 눈빛과 호흡만으로 전혀 다른 두 시대를 연기하는 그를 보면, 연기 안식년을 갖겠다는 그의 선언을 국가가 나서서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여기에 시각장애인 영규 역을 맡은 권해효 배우의 묵직한 연기도 볼거리입니다.

4. 총평
영화를 보고 나면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한 존재구나"라는 씁쓸한 탄식이 나옵니다.
남의 말 한마디에 아내를 괴물로 상상해버린 영규, 타인의 비극을 시청률과 성공의 도구로 본 PD 수지, 그리고 아버지를 이용해 덕을 보려 하는 아들 동환까지. 영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이기심으로 타인을 멋대로 재단합니다.
유일하게 이타적인 사람은 괴물이라 놀림 받은 영희뿐입니다.
PD 수지가 공장 사장에게 받았다며 건넨 봉투 속 영희의 사진.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꺼내든 동환의 눈앞에 나타난 영희의 얼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녀는 괴물이 아니었습니다. 다소 못생겨 보일 수는 있어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결국 영희를 괴물로 만든 것은 그녀의 얼굴때문이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을 괴물로 낙인찍고, 혐오하고, 몰아갔던 그 시대와 사람들의 비겁한 입과 눈이 진짜 괴물이었던 것입니다. 이 서늘하고 서글픈 아이러니가 영화 <얼굴>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아픈 질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