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있잖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추억의 노래와 함께 돌아온 국민 여동생 하니. 하지만 이번엔 혼자가 아닙니다. 영원한 라이벌인 나애리와 손을 잡고 더 강력한 상대에 맞서 "함께" 달립니다.
1. 기본정보
- 제목 : 달려라 하니 : 나쁜 계집애
- 장르 : 스포츠, 성장 드라마
- 원작 : 이진주
- 러닝타임 : 91분
- 관람등급 : 전체 관람가
- 개봉일 : 2025. 10. 7. 극장개봉 / 현재 넷플릭스 스트리밍 중
- 특이사항 : 달려라 하니 탄생 40주년 기념 극장 특별판

2. 간단 줄거리
빛나리 중학교를 졸업하고 빛나리 고등학교에 진학한 하니. 여전히 창수가 곁을 지키고 홍두깨 선생님이 지도하고 있지만 하니는 정해진 트랙을 도는 육상에 흥미를 잃었습니다. 대신 그녀가 빠져든 건 도심을 자유롭게 질주하는 비공식 스트릿 레이스 '에스런'.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하니는 에스런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며 답답한 속을 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중학교 육상을 제패하고 톱스타가 된 나애리가 빛나리 고등학교로 전학을 오며 둘은 다시 만나게 됩니다. 하니는 과거 엄마를 모독했던 나애리에게 사과를 원하지만, 나애리는 여전히 차가운 독설로 하니에게 상처를 줍니다.
육상부 내에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던 두 사람은 결국 자존심을 건 대결을 펼칩니다. 첫 번째 대결은 변칙적인 에스런 스타일에 익숙한 하니의 승리, 두 번째 대결은 압도적인 기본기를 갖춘 나애리의 승리.
1승 1패의 상황에서 둘은 에스런으로 마지막 승부를 겨룹니다. 평탄한 트랙만을 달려 장애물과 턴이 많은 코스에 익숙하지 않은 나애리는 고전하지만, 마지막 직선 구간에서 전력을 다해 질주하며 생경한 감정을 느낍니다.
기록과 승리만을 위해 달렸던 과거와 달리,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순간 비로소 달리는 즐거움을 느끼고 깨닫게 된 것입니다. "달리고 싶으니까 달린다"는 하니의 말을 몸으로 느끼게 된 나애리. 비록 하니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하니에게 패했지만 나애리는 분함 대신 상쾌하고 기분좋은 미소를 짓습니다.

그 때 나애리의 전 코치인 유준태가 키우고 있는 에스런 강자 주나비가 등장해 둘을 위협합니다. 이에 맞서기 위해 하니와 나애리는 2인 1조 팀을 결성해 에스런 첫번째 공식 대회에 출전하기로 합니다.
홍두깨 선생님의 지도 아래, 하니는 나애리에게 에스런의 팁을 알려주고 나애리는 연습을 통해 팁을 흡수하며 실력을 키웁니다. 함께 땀 흘리는 시간 속에 서로의 마음에 있는 앙금은 조금씩 사라지게 되고, 나애리는 과거 자신이 하니에게 했던 모진 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하니 역시 그 마음을 받아들이며 둘은 진정한 친구가 됩니다.
대회를 앞둔 어느 날, 연습을 마치고 "한 번 더"를 말한 나애리의 요구에 달리기를 하던 중 하니는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다시 입게 됩니다. 의사는 출전이 어렵고 쉬라는 진단을 내리지만 하니는 의지를 갖고 출전을 강행합니다.
드디어 대회날. 첫 주자로 나선 하니는 부상당한 발목을 고려해 거리는 조금 멀지만 턴이 적어 발목에 무리가 덜한 코스를 선택하는 전략을 씁니다. 주나비 팀과 치열한 접전 끝에 발목 통증이 극에 달하지만 하니는 막판 투혼의 점프를 하며 나애리에게 바통을 넘기고 쓰러집니다.
마지막 주자 나애리와 주나비의 대결.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주나비는 나애리에게 비겁한 발걸기 반칙을 시도합니다. 중심을 잃을듯한 절체절명의 순간, 나애리는 하니의 응원을 받고 달리는 기쁨과 이유를 떠올리며 힘차게 달려 그대로 결승선 1위로 통과합니다. 그렇게 두 소녀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함께 우승하며 영화는 감동과 추억속에 끝이 납니다.
3. 관람 포인트
"너는 왜 달려?" 나애리가 찾은 진짜 해답
제목은 달려라 하니이지만 이번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나애리입니다.
톱스타이자 유망주였지만, 그녀는 트랙 위에서 늘 고독했고 공허해 보였습니다. 기록과 승리에 집착하느라 정작 '왜 달려야 하는지'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하니에게 묻습니다. "넌 도대체 왜 달리냐?"
하니의 대답은 단순했습니다. "바보야? 달리고 싶으니까 달리지, 무슨 이유가 필요해?" 너무 단순해서 놀랄 지경이었죠.
처음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애리가 하니와의 마지막 경주에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순간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는 장면은 흔한 설정이긴했지만 멋졌습니다. 소위 러너스 하이처럼 달리는 행위 그 자체에서 오는 순수한 흥분과 희열. 나애리가 기록의 압박을 벗어던지고 '진짜 러너'로 각성하는 과정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앙숙에서 친구로, 함께 느낀 가치
서로 죽일 듯이 미워하던 두 사람이 2인 1조 팀이 되어 호흡을 맞추는 과정도 매력적이었습니다. 백 마디 말보다, 함께 숨을 헐떡이며 달리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친구이자 라이벌이 되어가는 과정. 스포츠 애니메이션이 줄 수 있는 가장 정석이면서도 볼거리입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
캐릭터와 따로 노는 듯한 성우의 더빙은 보고 듣는 내내 불편하고 어색했습니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상황과 목소리가 겉도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들어서 이질적이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 성우가 캐릭터 그 자체가 된 듯한 일체감을 주는데, 이번 <달려라 하니>는 목소리가 캐릭터 위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라 몰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캐릭터가 말할 때마다 느껴지는 미묘한 불편함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해소되지 않았네요.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과도한 간접광고(PPL)가 논란이지만, 애니메이션까지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극 중 뜬금없이 등장하는 두찜의 찜닭이나 트립닷컴 로고를 보는 순간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제작비 충당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만, 감동적인 장면에서 튀어나오는 노골적인 광고들은 관객의 감정선을 와장창 무너뜨립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열악한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고 속상했습니다.

<100미터> VS <달려라 하니>
공교롭게도 이 영화 직전에 일본 육상 애니메이션 <100미터>를 봤는데요, 같은 달리기를 소재로 한 애니지만, 두 작품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랄까요!
<100미터>의 실사에 가까운 작화나 카메라 무빙, "인생 따위 내던져라" 같은 깊이 있는 철학, 그리고 성인 관객도 사로잡는 묵직한 메시지가 있는 반면, <달려라 하니>는 그에 비하면 스토리나 연출이 유치하고 평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40주년 기념작이라고 하지만 아동용의 문법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40년전 하니를 본 사람들, 하니를 추억하는 사람들은 이제 50~60을 앞두고 있는데 말이죠.
<100미터>가 보여준 그 처절하고 아름다운 달리기의 철학을 <달려라 하니>에게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비교가 되었습니다.
4. 총평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억 속 하니와 나애리를 다시 만난 건 반가웠고, 그들이 화해하고 성장하는 스토리는 분명 감동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색한 더빙과 몰입을 깨는 간접광고, 그리고 시나리오의 부족한 깊이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가야할 길이 아직 멀었음을 보여주는 듯해 씁쓸함도 남습니다.
하니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선물 같은 영화지만,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기대보다 더한 실망을 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