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 겁 없는 20대, 그 찬란한 방황에 대하여
우리는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남들과 조금만 달라도 '비정상'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손가락질 당합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그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사랑하고 상처받고 또다시 부딪히는 자유로운 영혼 재희(김고은), 세상을 피해 숨고 싶지만 역시나 자기를 찾아가는 흥수(노상현)의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가장 뜨겁고 겁 없던 20대를 통과하며, 진짜 나를 찾아가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 청춘의 성장 기록입니다.

1. 기본정보
- 장르 : 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 감독 : 이언희(영화 <탐정:리턴즈><미씽:사라진 여자>)
- 주연 : 김고은(재희 역), 노상현(흥수 역)
- 러닝타임 : 118분
-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원작 : 박상영 작가의 연작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중 재희
- 개봉일 : 2024년 10월 1일
2. 간략 줄거리
남의 눈치 따위 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 재희(김고은)는 학교에서 헤픈 애라는 헛소문에 시달리지만 당당하게 살아갑니다. 반면, 본인의 성 정체성 때문에 흔들리는 흥수(노상현)는 자신을 숨기며 살아갑니다.
어느 날, 클럽에서 흥수는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던 비밀(성적 지향)을 재희에게 들키게 됩니다. 하지만 재희는 가십거리로 삼는 대신 쿨하게 비밀을 지켜주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편견 가득한 세상에서 서로의 방패막이가 되어주기로 한 두 사람. 오직 서로에게만 솔직할 수 있는 재희와 흥수의 아슬아슬하고 유쾌한 동거 라이프가 시작됩니다.
3. 관점 포인트
영화 초반 재희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대해 아주 통쾌한 정의를 내립니다.
"원래 그래. 사람들은 자기랑 다르면 그것을 열등하다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거든. 그거야말로 열등감인 줄도 모르고"
차별과 혐오는 사실 우월감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안한 열등감에서 비롯된다는 것. 이 대사는 자신이 게이임을 숨기는 흥수뿐만 아니라 세상의 시선에 움츠러든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사이다 같고 따뜻한 위로입니다.
청춘이 아픈 이유는 타인의 시선 때문만은 아닙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죠. 재희는 문란하다는 오해를, 흥수는 성적 지향에 대한 편견을 받으며 괴로워합니다.
"왜 지들 맘대로 생각하고 맘대로 욕하고, 다들 어떻게 그렇게 쉬워?"
"정작 나는.. 나도 날 잘 모르는데! 다들 왜 그렇게 쉽게 단정하는데?"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매일 밤을 뒤척이는데, 세상은 너무나 쉽게 나를 단정 짓고 소비해 버립니다.
이 대사는 쉬운 판단에 상처받은 이 시대의 청춘들의 비명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말해줍니다.
"남들이 보기엔 우리가 이상하게 보인다는 거 아는데, 우리는 하나도 안 이상해요" 그리고 니가 너인 게 니 약점이 될 수 없다고 서로를 위로합니다.

축가로 울려 퍼진 "Bad Girl Good Girl"
개인적인 이 영화의 백미는 단연 재희의 결혼식 장면입니다. 흥수가 축가로 Miss A의 Bad Girl Good Girl을 부르고 춤을 추는 순간, 관객들은 웃음과 함께 묘한 전율을 느낍니다.
단순히 흥겨운 댄스곡이어서가 아니라 이 노래의 가사가 영화가 하고 싶은 말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Bad Girl, 속은 Good Girl.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 겉모습만 보면서"
"춤추는 내 모습을 볼 때는 넋을 놓고 보고서는, 끝나고 나니 손가락질하는 그 위선이 난 너무나 웃겨"
사람들은 재희와 흥수의 겉모습만 보고 손가락질했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고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흥수의 춤사위는 단순한 축하 공연이 아니라 편견 가득한 세상에 날리는 유쾌하고도 통쾌한 '한방'이었습니다.
4. 총평
이 영화는 남녀의 로맨스가 아닙니다. 혐오의 시대 속에서 서로의 있는 그대로를 지켜주며 버텨낸 두 청춘의 치열한 생존기이자 성장기입니다.
나를 온전히 알아봐 주는 한 사람만 있어도 우리는 이 벅찬 대도시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20대가 지나고 30대가 되면서 그들도 조금씩 변합니다. 재희는 평범해 보이는 결혼을 선택하고 흥수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작가의 생활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들이 현실에 굴복했다고 말하지 않는 듯합니다. 그들은 사회에 적응하는 법을 배웠을 뿐 본래의 나다움은 결코 잃지 않았습니다.
조금은 타협하고 조금은 능숙해졌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자유로움과 서로를 향한 연대는 여전히 빛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영화는 따뜻하게 보여줍니다.
흥수의 내레이션이 감동이었는데요,
"그 때 그 순간 내 인생에 나타나 나를 알아봐주고,
내가 나인 채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려준...
내 20대의 외장하드, 잘가라 재희야"
당신의 20대를 저장해 준 외장하드는 지금 안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