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과 제작자 송은이가 의기투합해 만든 <오픈 더 도어>는 30여 년 전 미국 뉴저지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부산 국제영화제에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제작진 덕분에 큰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물은 화제성과 스타성에 비해 아쉬움이 짙게 남는 작품입니다.

1. 기본정보
- 장르 : 미스터리, 스릴러
- 감독 : 장항준
- 제작 : 송은이
- 배우 : 이순원(문석 역), 서영주(치훈 역), 김수진(윤주 역), 강애심(엄마 역)
- 러닝타임 : 70분
-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특이사항 : 1987년 뉴저지 한인 세탁소 살인사건 실화 모티브
2. 간략 줄거리
영화는 5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결말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 구조를 취합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엄마(강애심)를 둔 윤주(김수진)와 치훈(서영주). 윤주와 그녀의 남편 문석(이순원)은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앉아 엄마에게 세탁소를 팔자고 종용하지만 매번 거절당합니다.
벼랑 끝에 몰린 부부는 엄마의 수술비조차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엄마를 죽일 결심을 합니다. 하지만 청부 살인은 사기로 무산되고, 문석이 직접 세탁소에 잠입한 날 예기치 못한 강도 사건이 발생하여 엄마는 총에 맞아 숨집니다. 시간이 흐른 뒤, 진실을 마주한 동생 치훈이 매형 문석을 찾아가 술잔을 기울이며 감춰진 비극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3. 과한 연출이 만든 피로감과 늘어진 전개가 가져온 악수
이 영화의 카메라는 인물의 불안정한 심리를 담아내기 위해 시종일관 타이트한 클로즈업과 핸드헬드 기법을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는 관객에게 자연스러운 긴장감을 주기보다 시각적인 피로감과 불편함을 먼저 안깁니다.
특히 장르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삽입된 과한 효과음은 서사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이질적으로 튀는 느낌을 줍니다.
의도적으로 긴장감을 제조하려는 연출이 오히려 스릴러 특유의 몰입감을 방해하며 관객에게 짜증스러운 감정마저 불러일으키는 것은 연출의 명백한 과잉처럼 보였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패착은 분량 조절의 실패인 것 같습니다. 원래 20분 내외의 단편으로 기획되었던 이야기를 70분 장편으로 확장하면서 영화는 불필요하게 늘어지는 구간이 지나치게 많아졌습니다.
치훈과 문석의 대화, 반복되는 전화 통화, 빚 때문에 고민하는 장면 등은 마치 술 취한 사람의 반복되는 횡설수설을 듣고 있는 듯한 지루함과 짜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짧고 강렬하게 압축했을 때 빛났을 소재가 무리한 분량 늘리기로 인해 긴장감과 임팩트 모두를 잃어버렸습니다. 장편으로서의 리듬감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채 관객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70분이 된 점이 뼈아픕니다.

4. 허무한 결말과 주연급 역량의 부재
영화의 결말 또한 무책임합니다. 치훈이 칼을 들고 문석이 총을 꺼낸 일촉즉발의 순간, 영화는 어떤 해소도 제공하지 않은 채 엔딩 크레딧을 올립니다. 이를 열린 결말이라 부르기엔 서사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역량 부족에 더 가깝습니다.
또한 조연급 배우들을 주연으로 기용한 시도는 좋았으나, 70분을 끌고 갈 만한 심리 묘사와 연기력이 뒷받침되었는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평범했던 부부가 엄마를 죽이기로 결심하기까지의 처절한 고뇌와 죄책감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않아 관객은 인물들의 선택에 공감하기보다 그저 관조적인 시선으로 지켜보게 될 뿐입니다.
5. 총평
<오픈 더 도어>는 장항준 감독 특유의 재치와 입담이 영화적 연출로 승화되지 못한 사례입니다. 실화가 가진 묵직함과 역순 구조라는 흥미로운 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한 기교와 지루한 전개가 모든 장점을 희석해 버린 듯합니다.
부산 국제영화제의 화제성은 감독과 제작자의 스타성에서 기인한 것일 뿐, 영화 자체의 완성도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20분 단편의 미학을 지켰더라면 훨씬 나은 평가를 받았을 이 영화는 결국, 시간이 아까운 스릴러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시간 때우기에도 아까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비추입니다.